Skip to main content

Posts

Showing posts from August, 2021

요즘 읽은 웹툰(5): 어떤 웹툰에 대한 소수의견

[새디스틱 뷰티] 외전B가 봄툰 서버를 터뜨렸다. [새디스틱 뷰티]는 BDSM 소재의 성인 웹툰이다. 성인물 치고는 호흡이 꽤 긴데(117화 완결) 내가 이 웹툰을 끝까지 잡고 본 이유에는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론 문창과-출판계를 배경으로 끌어왔기 때문이고(개인적인 흥미다), 작화가 훌륭하기 때문이고(성인물은 어찌됐건 누드를 그려야 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벗는 순간 너무나도 명징하게(…) 느껴진다), ‘시대정신’으로서의 페미니즘이 여성향 에로물에는 어떻게 스며들고 융화될 수 있는지 관찰하기 좋은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천두나’. 문창과 재학 중 이미 등단하다 못해 심지어 데뷔작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버렸지만, 여류 작가라는 딱지가 커리어에 페널티가 될 거라 예상해 ‘천반석’이라는 가명으로 활동 중이고, 몇 년 간 슬럼프에 빠져 차기작을 내지 못하는 상태다. 그리고 이 믿을 수 없이 엄청나게 유망한(…) 예술가가 부진한 원인이 변민호, 미래에 [외전 B]의 주인공이 될 예정인 구남친이다. 천두나와 문창과 CC였던 변민호는 자격지심 덩어리다. 남의 글에 대한 신랄한 평가로 분위기를 조져 놓지만 자기 글은 또 제대로 쓰지는 못하는 합평 빌런의 전형이랄까 그런 것이다. 그런 남자 변민호가 여자 천두나와 사귀었으니 결말은 예상 가능하다. 변민호의 죄목은 가스라이팅이다. 천두나의 글을 교묘하게 깎아내리고, 그래서 천두나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그래서 천두나는 변민호의 평가적 시선에 갇혀버린 것이다. 어리고 순진한 시절, 대체로 예스걸이었던 천두나는 변민호에게 뒤통수를 맞은 뒤 막 나가는 심정에서 동기인 차우경(남자)과 섹스를 하고, 에세머인 차우경과의 관계 속에서 펨돔으로서의 재능(...)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이후는 엄청나고 엄청난 여자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 [새디스틱 뷰티]는 이 과격하고 지배적인 색정광이면서 한편으로는 방어적이고 자기징벌적인 측면이 있는 천두나가 ‘우해솔’이라는 순종적인 남자와 순정한 사랑을 만나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과...

요즘 읽은 웹툰(5): 어떤 웹툰에 대한 소수의견

[새디스틱 뷰티] 외전B가 봄툰 서버를 터뜨렸다. [새디스틱 뷰티]는 BDSM 소재의 성인 웹툰이다. 성인물 치고는 호흡이 꽤 긴데(117화 완결) 내가 이 웹툰을 끝까지 잡고 본 이유에는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론 문창과-출판계를 배경으로 끌어왔기 때문이고(개인적인 흥미다), 작화가 훌륭하기 때문이고(성인물은 어찌됐건 누드를 그려야 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벗는 순간 너무나도 명징하게(…) 느껴진다), ‘시대정신’으로서의 페미니즘이 여성향 에로물에는 어떻게 스며들고 융화될 수 있는지 관찰하기 좋은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천두나’. 문창과 재학 중 이미 등단하다 못해 심지어 데뷔작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버렸지만, 여류 작가라는 딱지가 커리어에 페널티가 될 거라 예상해 ‘천반석’이라는 가명으로 활동 중이고, 몇 년 간 슬럼프에 빠져 차기작을 내지 못하는 상태다. 그리고 이 믿을 수 없이 엄청나게 유망한(…) 예술가가 부진한 원인이 변민호, 미래에 [외전 B]의 주인공이 될 예정인 구남친이다. 천두나와 문창과 CC였던 변민호는 자격지심 덩어리다. 남의 글에 대한 신랄한 평가로 분위기를 조져 놓지만 자기 글은 또 제대로 쓰지는 못하는 합평 빌런의 전형이랄까 그런 것이다. 그런 남자 변민호가 여자 천두나와 사귀었으니 결말은 예상 가능하다. 변민호의 죄목은 가스라이팅이다. 천두나의 글을 교묘하게 깎아내리고, 그래서 천두나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그래서 천두나는 변민호의 평가적 시선에 갇혀버린 것이다. 어리고 순진한 시절, 대체로 예스걸이었던 천두나는 변민호에게 뒤통수를 맞은 뒤 막 나가는 심정에서 동기인 차우경(남자)과 섹스를 하고, 에세머인 차우경과의 관계 속에서 펨돔으로서의 재능(...)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이후는 엄청나고 엄청난 여자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 [새디스틱 뷰티]는 이 과격하고 지배적인 색정광이면서 한편으로는 방어적이고 자기징벌적인 측면이 있는 천두나가 ‘우해솔’이라는 순종적인 남자와 순정한 사랑을 만나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과...

요즘 읽은 웹툰(4): [소녀재판]

박가을은 2020년의 [웹툰! 이 여자가 이상해] 대상감이 아닐까 한다(내가 방금 만든 어워드다). 굳이 2021년이 아닌 2020년을 꼽은 이유는 등장 당시에 박가을의 막나가는 혐성이 충격적으로 신선했기 때문이다. 물론 못생긴 여자가 혐성으로 나오는 웹툰이 드물지는 않다. [좋아하는 이유]가 어느정도 그랬고 [두번째 생일]이 정말 그렇고 [마스크걸]도 그랬고 동작가의 신작인 [팔이피플]도 그럴 예정인 듯하다. 그런데 박가을은 못생긴 여자이면서 파멸하거나 복수하는 여자가 되지는 않는다(아직은 아니다). 안경쟁이에 교정 중, 멋 부릴 줄 모르는 음침한 분위기의 박가을은 여고생 호모소셜 서열 공식으로 치면 3군 정도인 자신의 주제파악을 냉정하게 하면서도 솟구치는 욕망을 외면할 줄도 모른다. 그런 박가을의 욕망이란 몹시 단순해 보인다. 잘생긴 남자가 좋고 잘 생긴 남자와 사귀고 싶고 뽀뽀하고 싶다.  박가을은 반 남자애들이 같은 반 여학생들의 외모를 품평하면서 서열을 매겼다고 분개하는 여자애들 사이에서 오히려 나는 몇 위였을지 궁금해하고 수업시간에 자기 나름대로 남학생들의 외모 순위를 문서로 작성(..)하다가 교사에게 걸려서 공개적으로 쪽을 당하는 캐릭터다. 이건 미러링 같은 게 아니다. 세상이 아무리 나를 ‘찐따’라고 해도 꿈꾸는 건 자유인 것이다. 웹툰 [미완결]의 캐릭터 민아에 버금가는 얼빠지만 못생긴 여자, 꾸밀 줄 모르는 여자, 학생이라는 등등의 여러가지 제약으로 인해 자신의 환상을 쉬이 실현할 수 없던 박가을에게 어느 날 역전의 기회가 굴러들어온다. 친절하고 잘생긴 수재에 인기 유튜버인(공부 스트리밍으로 인기를 끌었음) 동급생 한유현의 치명적인 약점을 잡아낸 것.   박가을은 우연한 계기로 늦은밤 학교에 들어갔다가 한유현이 다른 동급생 진은설의 추락사 현장에 있었음을 목격한다. 두 사람은 연인 관계였던 것으로 보이고, 한유현은 수상할 정도로 이 사실을 감추고 싶어한다. 그래서 박가을은 비밀유지를 조건으로 한유현과 억지 연애 계약을 맺...

요즘 읽은 웹툰(3): 타원을 그리는 법

미스터리(?) 치정(?) GL 웹툰이다. 순종부치와 주접팸, 유부레즈와 유자녀레즈가 나온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천재 해커고 대기업 유능 실장님이고 CHAEBOL 상속자고 그렇다(…). 이야기는 난데없는 슈퍼 이직 제안을 받은 직장인 유주하가 현 직장에 시원하게 사표를 날리면서 시작된다. 새출발 전 쉬어갈 겸 애인 김민성과 휴양을 떠나는데, 어쩐 일인지 이 외지에서 검은 의도를 가진 듯한 뉘앙스의 초면 여자들이 두 사람 주변을 어슬렁대기 시작함. 내 취향의 외모에 말까지 잘 듣는 김민성, 어느 날 하늘에서 똑 떨어진 것 같은 맞춤형 애인의 과거는 어쩐지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등장인물이 많고 관계성이 복잡한 만화라 스토리를 직선적으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귀국해 보니 ML제약과의 기업 인수합병으로 유주하의 슈퍼이직 드림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린 가운데, 휴양지에서 김민성에게 알은체를 하던 서미연이 이 수상한 트랩의 연루자라는 게 밝혀짐. 김민성을 자기 사람으로 되찾고 싶은 서미연의 감정이 사랑인지 뭔지 모르게 서미연도 나름대로 유독한 사랑의 거미줄에 걸려 있다(…) 그 상대가 ML제약의 이사이자 chaebol 후계자인 유영애. 아무리 쇼윈도 부부라지만 대외적으로 기혼자이면서 고등학교 시절부터의 찐사랑을 오른팔로 묶어 두고 줄타기 중인 야망녀임. 여기에 천재 해커 김민성의 재능을 원하는 2인조가 접근하면서 ML제약을 와해시키려는 듯한 제안을 하게 되는데…. 거부할 수 없는 삼백안 유부레즈 유영애 그러니까 처음에는 이 만화는 더러운 방식으로 성장해 온 부패 대기업과(범죄물에서 제약회사의 역할이란 주로 그런 것이니까) 직장과 가정(?)을 지키고 싶은 소시민의 싸움인가 했는데 계속 보다 보니 딱히 그렇지도 않은 듯함. 사랑과 의존과 질투와 WONHAN이 얼키고 설켜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꼬인 실타래를 풀어내는 와중에 의뭉스러운 내 여자의 비밀도 한꺼풀씩 벗겨지게 되는 것. 시즌 2 막바지에 오면 모르는 게 나은 비밀을 알고 나서도 ‘...

요즘 읽은 웹툰(2): [격기3반]

출발은 아버지 살해라는 소년만화 내지는 남자영화의 클리셰적 목적의식이 주인공을 움직이는 종합격투기 학원물이었다. 전말은 이렇다. 전설적인 주짓수 격투가였지만 아버지로는 인간쓰레기였던 주대각이 와이프의 장례식에 난입하여 딸을 납치해 사라진다. 몇 년이 흐른 뒤로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찾아 헤매고 있는 주대각의 아들, 주인공 주지태는 비리비리한 안경쟁이 남일고 고등학생이 되어 있음. 그런 그에게 천재 주짓떼라 마리아 다카스코스(브라질 출신 유학생)가 접근해 뜬금없이 남일고 ‘격기반’ 입반을 강요한다. 마리아에게도 어떤 사연으로 주대각은 죽여버리고 싶은 아저씨고 주대각 죽이기에 주지태를 이용해볼 속셈인 것. ~여동생 찾기~ 를 도와주겠다는 조건으로 마리아는 주지태를 격기반(종합격투기 명문 남일고의 선수 양성 특화반 같은 개념임)에 편입시키는 데 성공한다. 마리아를 스승님 삼아 훈련 시작. 누구 아들 아니랄까봐(…) 엄청난 동체시력과 유연성, 순발력의 보유자인 주지태의 유전자에 새겨진 재능이 눈을 뜬다…! 주지태 주변인물로는 주지태를 짝사랑하는 츤데레 소꿉친구가 있고 종합격투기 덕후이자 스피드왜건 역할을 맡은 5등신 개그캐가 있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엄청 진부하고 재미없는 만화 같지만 초반의 설정은 버려진지 오래다. 지금의 격기3반은 인체실험 신체개조 고어 범죄 멘탈폭력물이 되어있다. 연재되는 동안 길을 여러 번 틀었다보니 재미에도 약간 기복이 있다. 저점에서 시작해서 가파르게 올라갔다가 어쩐지 슬슬 내려와서 이제 그만 볼까 싶으면 다시 올라가는 식이다. 차소월이 갑자기 마조히스트 광견으로 본색을 드러내던 기점이 나의 2차 저점이었던 것 같음. 10대들의 몸을 통해서 초법적인 지하 범죄조직을 구현하는 소년만화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스케일 키우려다 보니 10대들이 초현실적인 거물들이 되어버린다는 게 좀 웃겨서…) 딱 그 즈음부터 주지태가 너무 코리안 조커가 되어버렸고 굴다리 소년들의 파벌싸움에도 나는 관심 없었다. 그래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