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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July, 2021

요즘 읽은 웹툰(5): 어떤 웹툰에 대한 소수의견

[새디스틱 뷰티] 외전B가 봄툰 서버를 터뜨렸다. [새디스틱 뷰티]는 BDSM 소재의 성인 웹툰이다. 성인물 치고는 호흡이 꽤 긴데(117화 완결) 내가 이 웹툰을 끝까지 잡고 본 이유에는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론 문창과-출판계를 배경으로 끌어왔기 때문이고(개인적인 흥미다), 작화가 훌륭하기 때문이고(성인물은 어찌됐건 누드를 그려야 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벗는 순간 너무나도 명징하게(…) 느껴진다), ‘시대정신’으로서의 페미니즘이 여성향 에로물에는 어떻게 스며들고 융화될 수 있는지 관찰하기 좋은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천두나’. 문창과 재학 중 이미 등단하다 못해 심지어 데뷔작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버렸지만, 여류 작가라는 딱지가 커리어에 페널티가 될 거라 예상해 ‘천반석’이라는 가명으로 활동 중이고, 몇 년 간 슬럼프에 빠져 차기작을 내지 못하는 상태다. 그리고 이 믿을 수 없이 엄청나게 유망한(…) 예술가가 부진한 원인이 변민호, 미래에 [외전 B]의 주인공이 될 예정인 구남친이다. 천두나와 문창과 CC였던 변민호는 자격지심 덩어리다. 남의 글에 대한 신랄한 평가로 분위기를 조져 놓지만 자기 글은 또 제대로 쓰지는 못하는 합평 빌런의 전형이랄까 그런 것이다. 그런 남자 변민호가 여자 천두나와 사귀었으니 결말은 예상 가능하다. 변민호의 죄목은 가스라이팅이다. 천두나의 글을 교묘하게 깎아내리고, 그래서 천두나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그래서 천두나는 변민호의 평가적 시선에 갇혀버린 것이다. 어리고 순진한 시절, 대체로 예스걸이었던 천두나는 변민호에게 뒤통수를 맞은 뒤 막 나가는 심정에서 동기인 차우경(남자)과 섹스를 하고, 에세머인 차우경과의 관계 속에서 펨돔으로서의 재능(...)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이후는 엄청나고 엄청난 여자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 [새디스틱 뷰티]는 이 과격하고 지배적인 색정광이면서 한편으로는 방어적이고 자기징벌적인 측면이 있는 천두나가 ‘우해솔’이라는 순종적인 남자와 순정한 사랑을 만나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과...

요즘 읽은 웹툰(1): [순정 히포크라테스]와 [닥터 스쿠르]

몇 달 정도 웹툰에 손을 놓고 있었다. 연재되는 작품 가짓수가 늘어서 그 물량을 따라갈 수 없는 것도 있고, 비슷비슷한 소재와 동인과 패턴들에 질리기도 했고, 반복되는 스크롤링을 감당할 수 없게 된 피지컬의 저하 탓도 있지만, 재미가 없어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될 것 같다는 의무감이 피로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음. 일 관련을 제외하곤 웹툰과 데면데면한 동안 영화와 애니메이션, 전자책(거의 일본) 만화를 주로 봤는데, 근래에 내가 만화 얘기 하는 걸 상당히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작품을 해석하거나 무슨 의의를 길어내려고 각 잡고 보는 게 아니라 그냥 가볍게 하는 잡담이 내겐 정말 재미있다. 그런데 이런 얘기 할 사람이 별로 없다. 상반기에 종이책을 이래저래 사들이다가 최근 개인 사정으로 주머니가 얇아졌다. 단행본 살 돈은 없지만 무슨 만화라도 보고 싶다 보니까 웹툰을 다시 기웃거리게 됐다. 밀린 작품이나 새 작품을 읽으며 받은 느낌은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감회였다(휴재나 완결 없었던 연재작은 열다섯 편에서 스무 편까지 쌓여 있었음). 오랜만에 봐도 재미있는 것도 있었고 정말 싫은 것도 있었고 여러가지로 독자들 힘이 엄청 세다고 느꼈고 그래서 독자들 욕을 엄청 했다. 물론 비웃으면서도 계속 읽게 만드는 것도 그 만화가 가진 나름의 힘일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이렇다할 주목 포인트가 없는 작품은 아무리 메시지가 좋아도 읽기가 힘들다. 블로그에 뭔가를 업데이트한 지도 오래됐고 조금 글을 막 쓰는 연습도 하고 싶고(난 너무 볼만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무 것도 못쓰는 그런 사람이니까?), 만화 얘기도 하고 싶어서 가볍게 쓰는 최근에 본 웹툰 이야기임. - 순정 히포크라테스(골드키위새/다음웹툰) 사실 나는 이 만화의 로맨스 라인에 별로 관심이 없다. 시즌3이 시작됐는데 사해와 장준혁이 어떻게 헤어졌는지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그렇다. 다음웹툰에서 이 만화에 걸어놓은 “순정, 드라마, 사랑” 해시태그에는 #메디컬 ...